2018. 5. 15. 화. 맑음
보수 야당의 독부(獨夫)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대통령 지지율 70% 다 거짓말이다”라며 문재인 정부를 ‘괴벨스 공화국’으로 칭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정치 감각은 현재 여의도에서 내가 제일 낫지 않은가” 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홍 대표가 1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중국 은(殷)나라 주왕(紂王)은 폭군으로 유명했다. 전쟁을 즐겨 숱한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충언하는 신하를 잡아다 불에 태워 죽이는 게 낙이었다. 신하인 무왕(武王)이 제후를 규합해 주왕을 징벌했다. “신하가 왕을 징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맹자가 답했다. “일부(一夫ㆍ한 사람의 남자)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인의(仁義)를 갖추지 못한 인간은 왕의 자리에 있어도 필부(匹夫)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자는 왕의 자격이 없는 사람을 독부(獨夫)라 불렀다.
▦ “이승만은 임시정부가 대통령 호칭은 헌법에도 없는 참칭이라며 강하게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통령 직함으로 행세하면서 오히려 임시정부에 대통령 직제로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역사학자 김삼웅의 ‘독부 이승만 평전’에 나오는 대목이다. 임시정부는 이승만을 국무총리로 선출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대통령으로 칭했다. 임정 청사에서 직무에 충실하기보다는 미국에 머물며 대통령 행세를 즐겼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배척해 임정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런 이승만을 심산 김창숙은 독부라 불렀다.
▦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을 ‘위장평화 쇼’로 폄하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정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6월 12일로 정해졌다는 억지도 부렸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궤변이다. 한 야당이 “이제 한국당에서 ‘트럼프도 종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일만 남았다”고 논평했을 정도다. 지방선거는 통상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에 유리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야당 심판론’이 거세다. 한국당 텃밭인 TK지역에서도 여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 방증이다.
▦ 독부의 사전적 의미는 ‘인심을 잃어 도움 받을 곳이 없는 외로운 남자’. 조선 태종은 “위정자가 인심을 잃으면 독부가 된다”며 세자에게 늘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를 잇는 한국당의 독부가 보수를 망치고 있다. 인의를 갖춘 위정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버림받은 개인일 뿐이다. 그럼에도 고집을 꺾지 않는 건 악명 높은 정치인이 평범한 정치인보다 인구에 더 오랫동안 회자된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게다. 무능한 독부가 초래한 보수 몰락은 반길 일도 아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독부 못지않게 위험한 법이니 하는 얘기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출처: http://www.hankookilbo.com/v/ac96172ef9494c118a7f56d397c461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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