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9. 화. 맑음
"(KTX) 승무원들이 재판에서 진 것이다. 돌아갈 직장이 사라졌다. 승무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문제가 따로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1·2심 소송에서 이긴 KTX 여승무원들은 과거 4년간 고용된 것으로 인정돼 코레일로부터 임금과 소송 비용을 받았다. 1인당 8천640만 원. 재판에 졌으니 이 돈을 토해내야 한다. 10년 가까이 길바닥에서 보낸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큰돈이었다. 결혼한 승무원들은 이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했다.
몸을 던진 박 씨는 빚이 아이에게 상속된다는 점을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판결이 나고 20일 동안 박 씨는 돈 걱정을 하다가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박 씨의 동료 승무원은 "그 친구는 누구에게 피해 주는 걸 못 참는 성격이었다.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김승하 KTX 승무지부 지부장은 "해고 노동자들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사람 죽이는 판결이었다. 비열한 사람들의 비정한 시대다"라고 말했다."
- 빚만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가 中 / 주진우 기자 / 시사인 / 2015년 7월 14일
이 사건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한 현직 판사가 작성한 문건에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 온 사례로 언급된다. 또 다른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에 자신들의 역할을 이렇게 소개하기도 했다: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Blue House·'박근혜 청와대'를 지칭)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 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
이 모든 노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대법원장의 소원을 위해 재판이 물건처럼 거래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연 KTX 승무원들의 근로계약을 인정하지 않은, 그래서 한 사람이 3살 난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그 재판 결과에 '거래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정말로 공정하게 아무런 외부 영향력 없이 재판부가 판단했는지 마땅히 검증해야 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구성을 지시했고 안철상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 단장을 맡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하 특별조사단)은 KTX 재판거래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어제(28일) 기자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유는 이 정도 의혹만으로 대법관들을 조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특조단 관계자는 임종헌 전 차장과 문건을 작성한 현직 판사를 조사한 결과, 문건에 언급된 판결들은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맞는 재판 결과를 사후적으로 수집한 것이지, 재판 과정에서부터 행정처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한 특조단은 따라서 재판에 행정처가 개입을 했는지 안 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건에 예시로 언급된 사건들) 대부분이 사후적으로 추출 사례이고 일부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사건들 시기를 결정했다고 해서 대법관 재판에 관해 조사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 부여됐다고 판단할 수가 없었다."
특조단 관계자는 그러면서 여전히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피력했다: "(법관들인) 저희가 어떤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재판 자체를 다른 목적에 따라서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연 지금 특별조사단을 포함한 사법부가 국민에게 '이정도 정황으로 대법관을 조사할 수는 없다'거나 '재판 자체를 다른 목적에 따라서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의문이다. 특별조사단이 스스로 조사보고서에 썼듯이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되었"고 " 사법부에게 부여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장치를 사법부 자신이 부인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킨" 상황이다. 과연 이 정도로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억울하게 재판을 받은 의혹이 있으니 재판에 외압이 없었는지, 공정하게 재판을 했는지 조사해달라는 주장마저 무시할 정도로 떳떳할 수가 있는가?
오늘(29일) KTX승무원 중 일부는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대법원에 진입해 농성하다 해산했다. 대법관에게 재판 과정에 대해 묻고 조사하는 일이 사법부로서는 어마어마한 부담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부담이 과연 저 절박한 사람들의 요구를 무시할 정도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시점이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779102&plink=STAND&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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